시는 최근 ‘석유화학단지 안전성 제고를 위한 연구용역’을 공고하고, 연말까지 지상배관 설치를 위한 과학적·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선다고 15일 밝혔다.
이번 연구는 울산미포·온산 국가산단에 매설된 고압가스·유해화학물질 이송용 지하배관이 40~50년 이상된 노후 설비인 데다, 지하공간 포화로 인해 신규 배관 매설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.
실제로 산단 내 배관망은 도면조차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 굴착공사 중 가스 누출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며,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.
시는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‘통합파이프랙’ 사업을 추진해왔다. 파이프랙은 다수의 배관을 지상 선반 구조물에 올려 안전하게 집단 관리할 수 있는 설비다.
사업 계획은 기존 1774㎞에 달하는 지하배관 중 핵심 관로를 3.55㎞ 길이의 지상 파이프랙으로 이전하는 것으로, 총 사업비는 709억원(국비 168억원, 민간 541억원) 규모다.
하지만 이 사업은 법적 걸림돌에 막혀 좌초 위기를 맞았다. 2023년 착공을 목표로 한 실시설계가 지난해 7월 중단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.
‘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’ 및 ‘위험물안전관리법’ 등에 따라 지상 배관 설치시 도로 등과 일정 거리(25~40m 이상)를 확보해야 하는데 울산 국가산단 내 대부분 구간은 이격거리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.
시는 그간 관련 법 개정이나 규제 완화 등을 추진했지만 전국 산업단지에 적용되는 법령을 특정 지역만을 위해 바꾸는 데 한계가 있어 실패했다.
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격거리 대신 화재·폭발 차단벽 등 ‘동등 이상의 안전성’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으로 법령상 해석의 여지를 찾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.
이번에 추진되는 타당성 연구는 그 해법 마련의 일환이다. 연구는 12개월간 진행되며, 사업비 2억5100만원이 투입된다.
연구는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를 중심으로 △지상배관 설치 가능구간 현황 조사 △국내외 안전 거리 규정 및 기술기준 비교 분석 △QRA(정량적위험성평가)를 통한 피해 예측 분석 △차단벽 등 보호시설 도입 시 안전 거리 축소 타당성 분석 등을 포함한다.
또 선진국 사례 분석을 통해 지상배관 운영 관련 국제 안전기준과 기술규격을 울산 현실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검토한다.
연구 결과는 추후 한국산업단지공단과의 협의, 중앙정부 승인 절차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.
시는 관련 기관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‘Consense 프로세스’도 병행 추진한다.
지상배관 설치에 필요한 설계기준 완화, 안전설비 도입 등 복합적 대안이 마련돼야 사업 재개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.
울산시 관계자는 “지하배관 노후화는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안전과 직결된 과제”라며 “통합파이프랙은 산업 효율성과 시민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인 만큼 실현 가능한 방향을 이번 연구를 통해 구체화하겠다”고 밝혔다.
석현주기자 hyunju021@ksilbo.co.k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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